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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핑소스 논평 - 그 낡고 빛바랜 '포토존' JP의 폐쇄, 한국 정치 가부장제의 종말

 군사정변의 주축이었다. 무력으로 찬탈한 권력 치하에서 초대 중앙정보부장을 지냈다. '반인반신'의 충실한 수족을 자인했다(갈등도 있었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아홉 번이나 국회에 똬리를 틀었고, 틈나는 대로 내각을 핥았다. 수식어인 '4대 의혹(증권파동, 워커힐 사건, 새나라자동차 사건, 회전당구기 사건)'은 구악에 이어 '신악'으로 불렸다. 혹자는 그에게 '영원한 2인자'라며 다소 연민어린 시선으로 평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지역주의에 기생하던 충청 맹주론의 부산물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그가 현대사 곳곳에 뿌려둔 씨앗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다. 이미 많은 자료가 있으니 말이다. 사실 그는 은퇴도 두 번이나 했다. 최종 은퇴한 시기는 2004년 총선으로,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도 이루지 못했을 뿐더러 비례1번으로 출마했음에도 낙선한 까닭이다. 다만 그가 정치전면에서 은퇴한 뒤 우리에게 비춰진 모습은 어떠했는가.

JP를 예방한 홍준표 - 뉴시스

 JP란, 권력을 향한 아집이 충만한 자들에게 있어서 주요국면마다 거쳐가는 자리였다. 그는 자신의 배경을 원하는 자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주었다. 늘 1인자를 따라 권력을 찬탈한 뒤 2인자답게 실권을 휘두르다가 갈등으로 미움을 산 탓에 수그러들었지만 때가 되면 다시 왕좌 근처에 나타나던 그는 정치 꿈나무에게 유일무이한 거목(巨木)이었다. 하지만 그 말로는 결국 고목(古木)일 뿐이었음을 증명했다. 너무 오래되어 여기저기 상처 탓에 나이테를 훤히 드러냈음에도 철없는 딱따구리들이 날아들었다.

JP를 예방한 이인제 - 대전뉴스

 피사체가 허구의 포토존에 서면 마치 배경지에 존재하는 듯한 착시를 유발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기념, 증명 등을 위해서인데, 그런 면에서 JP는 피사체들에게 그 의무를 잘 이행해왔다. 아버지의 위치에서 피사체들을 보살펴주고 인정해주는 이미지를 연출했다.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는 아버지가 모처럼 찾아온 효자를 만나 위로 받고 또 반대로 응원해주는 것 말이다. 이것이 이미지로 나타났을 때 갖는 의미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권위이자 권력이다. 연출 이후 이어지는 아버지의 지목(지지선언)을 받은 아들. 그것은 곧 후계자요, 나아가 종교적 세례와도 같다. 이 일련의 흐름에서 영화 <대부> 중 '피의 세례식'이 떠오른다.
마이클 프랜시스 리치,               사탄(종북좌파)을 끊겠습니까?
물론 그 후광 덕을 제대로 본 이는 MB(소망교회 장로 출신) 이후 드물며, 그마저도 07년 대선 당시 JP가 박근혜와 불편한 관계를 감수하고서 적극 지지했으나 MB의 부탁 거절로 분노했다고 알려져있다. 현재 그에게 기댔던 정치인들은 2인자 또는 3인자 내리막길을 걸으며 각자도생 중에 있다.

JP에게 절을 올리는 유승민 - 뉴스원

 최근까지 한국 정치의 가부장제를 지탱해오던 아버지는 이제 죽었다. 늙은이의 이름으로 자행되어오던 만행은 이제 영속될 수 없다. 관례에 따라 그에게 훈장을 추서하고, 나아가 훗날 어느 정치인이 그에게 향을 피워 올린다 해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아버지 이후의 삶 아니겠는가.

JP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2015년 2월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故 박영옥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치고 JP와 만남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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