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특히 보수 사회에서 "팬덤"이란 용어가 지금처럼 입방아를 찧었던 적은 전에 없었다. 동시에 이토록 저열하고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적도 없었다. 현재 그들은 평창올림픽을 두고 반공 이념의 확증편향 증세로 인해 예상치 못한 반격을 받고 있으며, 그 주인공은 바로 'EXO-L(아이돌 EXO의 팬클럽명)'이다.
우익, 그들의 현재 모든 행동은 현 문재인 대통령에서 기인한다. 현 정권의 실패가 유일한 목적임에 온 사력을 다하는 것이다(그들의 이러한 행동 양상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바, 참여정부를 몰락시키기 위해 국가신인도 하락을 모의한 5인의 녹취록이 공개된 적도 있다).
 |
| 2017년 10월 15일 향년 81세의 나이로 잠드신 한상범 동국대 명예교수 |
한국에서 '우익'이란 어떤 집단인가? 네티즌 사이에서 회자되는 유명한 짤이 있다. 한상범 동국대 명예교수(1936~2017)는 그들을 '반공'과 '친일'로 정리한다. 그들의 정신적 지주 격인 권력자들의 친일과 반공에 대한 '절절한' 이력 따위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다. 대신 한 교수가 언급한 '매카시즘(MaCarthyism)'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1950년부터 1954년 사이에 일어난, 공산주의 혐의자들에 반대하는 떠들석한 반대 캠페인으로, 대부분의 경우 공산주의자와 관련이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르거나 직업을 잃었다"고 정의하며, 당시 미국 상원 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미국 공화당 당원 집회에서 "미국 내 공산주의자들이 암약하고 있으며, 그 명단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실질적인 원인이다. 이를 계기로 당시 소련과 체제 경쟁에 한창이던 미국 사회에서 많은 불신과 희생자를 양산했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그간 승승장구했던 매카시는 1954년 군 수뇌부마저 좌익으로 몰아세운 끝에 몰락했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퍼붓는 이념공세로 점철된 육군 청문회를 지켜본 미국민들은 지쳤고, 같은 해 12월 매카시의 위원장 자격 박탈 결의로 매카시즘은 사그라들었다. 이후 '매카시즘'은 '근거 없이 상대를 매도하거나 억압하는 행위'를 이르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비슷한 용어로 '마타도어(Matador)', '흑색선전(黑色宣傳)'이 있다.
매카시즘이 현재 우리 사회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부정할 수 없으며, 64년 전에 태평양 건너편의 국가에서 종식된 망령이 여전히 활개치는 모습은 환영이 아닌 엄연한 실체이다.
그런 그들이 그들의 정권 때 유치한 평창 올림픽을 대상으로 또 다시 매카시를 불러냈다. "평양 올림픽" 운운하며 '평화 올림픽'과 네이버 검색어 1,2위 쟁탈전을 벌인 사건은 이미 유명하며, 최근에는 포털 기사 댓글창에서 폐회식 무대를 장식할 자국 아이돌을 "빨갱이"로 몰았다. 대한민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아이돌 EXO를 대상으로 말이다. 뿐만 아니라 2월 11일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에서 무대에 함께 올라 북한 가수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서현에 대해서는 "종북"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들이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보수 네티즌들의 비난에도 팬들은 아랑곳 않고 "국가픽"이라고 가볍게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하긴, 세계적인 축제에서 국가를 빛내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누가 뭐라해도 찬란히 빛날 것이다. 와중에 감동적인 장면은 이른바 '문파'와 'EXO-L'의 동병상련이 아닐까. 상식이냐 비상식이냐의 논제 하에 탄생한 정권을 통해 단지 걱정없는 삶을 원한 소시민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단지 그 아이돌을 좋아했을 뿐인 팬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모든 권력은 부패한다'는 참인 듯하면서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명제를 들이밀 거라면 당장 집어치우라. 그 단순한 이유로 우리는 우리네 민주주의에 큰 빚을 지고 있지 않은가. 근거 없는 정치혐오는 저들에게 먹이를 제공할 뿐이다. 부패했다는 증거를 가져오라.)
온라인 한 구석에서 일어난 이 찰나의 사건이 상징하는 바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첫째는 구시대적 이데올로기가 현대에 이르러 뚜렷한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반대로 말하면, 과거에는 매카시즘으로 모든 걸 입막음 할 수 있던 시대였다. 그것으로하여금 국민을 일치단결 시킬 수 있었고, 국내의 정치적 변수와 경제 및 안보를 봉합할 수 있는 극약처방이었다. 단 하나의 이념으로 점철된 담장 안에 사람들을 '완벽히' 가둬놓고 오직 북쪽을 향해 뚫린 창을 통해서만 밖을 내다보도록 하니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전전 정권으로부터 의도치 않게 물려받은 평창 올림픽을 사력을 다해 성공적으로 이끈 현 정권과 그 계획의 일환으로 세계인이 지켜보는 폐회식을 빛낸 자국 아이돌에게 "빨갱이" 운운이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들 표현대로 "평양 올림픽" 무대에 섰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제는 '반공'으로 해석 및 해결 불가능한 현상이 많은 시대이며, 여기에 매카시의 몰락이 오버랩된다.
둘째로 보수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점이다. 자칭 보수라는 이들이 이념적 생존을 위해 그들의 주된 서사인 신자유주의, 그것으로 포장된 대중문화를 향해 이념 공세를 퍼붓는 꼴은 시장경제와 공정한 경쟁(물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해석이 왜곡됐다는 주장도 제기)이야말로 '반공으로 인해' 혹은 '반공을 위해' 존재한다는 그들의 왜곡된 의식을 드러낸다.
우리네 현대 대중문화는 그야말로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성장한 문화이다. 모든 아이돌은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많은 오디션에 참가하여 숱한 낙방 끝에 겨우 연습생 자리를 얻거나 대형 방송사가 주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된 지망생들의 집합체이다. 모두 의무적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탄생한다. 그러나 이런 기형적인 시스템이 양성한 아이돌이라 하여 그 속에 투영된 시민 개개인의 의식과 감정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역사가 증명하듯 국가는 개인들의 사고와 감정을 통제할 수 없으며 결국 몰락을 맞았다. 신군부의 3S 정책(Screen, Sport, Sex)이 87년의 봄을 막을 수 없었듯 말이다.
현재 자국 아이돌에 가해지는 반공 이념 공세는 결국 문화의 주도권을 '진정한 향유자'인 팬들에게 내어주고 말 것이다. 보수 네티즌들이 아이돌 및 팬들에게 퍼붓는 인격모독 겸 명예훼손에 달하는 공격은 결국 그들의 괴리를 더욱 앞당겨 유리시킬 뿐이다. 기존의 시스템이 이어진다고 해도 작동시키는 주체와 논리가 바뀐다면 시스템도 선순환의 여지가 있다고 믿는다.
이미 체제 경쟁에 대한 답은 91년 소련의 붕괴, 즉 압도적인 승리로 더 이상 증명할 필요가 사라졌다. 매카시가 살았던 시대에는 소련이라는 실체가 존재했으나 지금은 그 실체 조차 불분명하다. 붉은색과 별로 이루어진 깃발 아래 망치와 낫을 든 이들은 하나같이 '유사 사회주의'로 체제를 전환 중이며, 우리는 북한과 비슷한 정치 노선을 택한 국가(북한을 제외한 그 어느 나라든지!)를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라오스, 베트남, 중국, 쿠바 등이 그러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들이 허공에 토해내는 배설물(카타르시스 조차 못 되는 순수한 형태)은 60년 전 죽은 매카시의 망령을 소환하는 강령술이나 매한가지이다. 어쩌면 부름에 응답한 매카시는 과거의 몰락을 상기하는 한편 한껏 전의를 불태우며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봐! 소련은 어디있지? 이번에야말로 박살을 내주겠어."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