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출신의 김의겸 前 기자가 청와대 대변인에 발탁된 것을 놓고 특히 범진보언론계에서 말이 많다. 그들의 비판은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그의 청와대행은 이미 지난 해 5월부터 나돌았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그는 직을 고사하고 한겨레 내부에 남았으나, 7월 중순 경 퇴직했다. 어떠한 여지도 열어놓지 않았으며, 프로로서 한겨레에 대한 충심도 밝혔다. 그렇게 반 년이 흘러 기존의 박수현 대변인이 지방선거 때 충남도지사 출마에 따라 이틀 전엔 29일, 김의겸 전 기자가 대변인에 내정되었다.
그리고 나타나는 클리셰(cli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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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오늘 헤드라인 |
미디어오늘은 국내 유일의 매체비평지('늙은 한국 언론의 손떼 묻은 일기장' 같은 곳이라고나 할까)를 자부하는 곳이기에 눈여겨볼 만 하다. 같은 이유로 이들의 논조는 언론계 전반의 분위기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제일 먼저 살펴볼 것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웅 교수의 발언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작태를 놓고 "한국 언론의 정파성을 강화하고 언론직의 기회주의를 조장하는 일"이라며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기자가 스스로 몸담았던 업을 버리고 다른 길을 택하는 지경인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그의 학자적 입장과 활동을 살펴봤을 때 해당 발언은 일관적이다. 그의 2010년 논문인 『한국사회 매체 체계의 특성 '민주화 이행 모형의 제안'』에서도 한국 언론계와 정치계 간의 유착을 '정치 병행성'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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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이행기의 초기 단계에서 한국 언론은 민주화에 실체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그 성과를 누리는 정도였지만,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확장된 민주주의 제도와 규범 아래 '민주적 담론 전략'을 활용해 정치 체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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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교수의 학자적 소신은 인정할 만 하다. 하지만 그간 한국 언론이 성찰과 개혁에 얼마나 스스로 실천했는지에 대한 전문가(이 교수 자신)의 진단과 거기에 대한 국민적 기대치 또한 이 교수의 논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의 강도 높은 비판이 마치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의 "신문 없는 정부보다는 차라리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낭만적이지만 황망한 소리처럼 들리는 것은 절대 기분 탓이 아니다(심지어 토머스 제퍼슨은 대통령 당선 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후보 시절 자신의 '명언'을 후회한다고...)
다음은 미디어오늘 1136호 사설을 살펴보자. '폴리널리스트(political + journalist)'가 이제는 흔한 현상이라서 비판의 강도가 예전에 비해 덜하다는 것. 그게 또 "슬픈 자화상"이며, 나아가 김의겸 대변인 내정자의 청와대행을 놓고 "한국 언론계에 큰 상실감"을 준단다. 왜냐하면 한겨레 특별취재팀을 이끌며 '최순실 게이트'를 집중 조명한 특종기자였기 때문. 뒤에 이어지는 내용은 군사정권 시기부터 줄곧 이어지는 한국 언론계의 '신파'이며 '화생방 훈련' 같은 논조라서 생략하고 싶으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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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자신이 기자로 있으면서 썼던 기사와 칼럼의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으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그 의심은 강도 높은 비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것은 언론인 출신 청와대 대변인이 감내해야 하는 최소한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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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축구기술 '헛다리'가 떠올랐다. 상대를 제치거나 공을 보호하기 위해 공 바깥 방향으로 크게 발을 헛짚는 기술 말이다. 이 기술은 효율성도 떨어지며 본인의 체력 저하, 짜증유발로 인한 상대의 태클 확률 상승 등을 수반한다. 이 글이 딱 그 꼴이란 말이다. 청와대나 국회에 입성하지 않은(아마 못한) 언론인들이 진실을 찾아 발에 불나도록 뛰어다닐 만큼 고매하고 지고지순하다는 어떠한 증명 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단순히 언론의 당위성과 사명감만 앞세우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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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이행기의 초기 단계에서 한국 언론은 민주화에 실체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그 성과를 누리는 정도였지만,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확장된 민주주의 제도와 규범 아래 '민주적 담론 전략'을 활용해 정치 체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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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이 교수의 논문 부분을 재차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김의겸 현 대변인의 거취가 마치 한국 언론 절체절명의 문제인 것처럼 말하지만, 자신들 또한 그 주체이며 스스로 적용되는 '치부'임은 전혀 모르는 듯하다.
과연 '언론다운 언론'이란 무엇인가? 권력(정부는 물론 각종 이익단체와 시민단체 등)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되, 시민에게 서비스하는 것 아닌가? 왜 한국 언론은 유독 민주정권(단순히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정치계보적으로) 때만 '긴장을 가장한 대립' 관계로 서비스를 원치 않는 시민들까지 호도하려 하나?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 언론인이 정치에 몸담는 것이 정말 비난 받을 만한 이유일까? 이전 대변인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해가면서 말이다. 이 교수 논문대로 한국 언론계 태생이 이미 정치적인 바닥이다. 미국 사례는 끌어올 필요도 없지만, 우리는 우리의 독자적인 언론 상황(일제강점기부터 군사정권)이 존재한다. 이러한 논점 하에 우리네 언론계 및 언론학계의 곱지 않은 시선은 그 자체로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한 마디로 '촌스러운' 것이다. 왜냐하면 시민들은 더 이상 정치에 참여하기를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PS.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함께하여 청와대 부대변인에 오른 고민정 KBS 전 아나운서에 대해서는 왜 지금과 같이 비판하지 않았는지 의문일 따름. 단지 정권교체의 밀알이었던 상징이 '권력에 예속'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자료출처
『한국사회 매체 체계의 특성 '민주화 이행 모형의 제안'』, 2010, 이준웅, 조항제, 송현주, 정준희
*언론의 정치병행성
(가) 언론의 내용이 갖는 이념성
(나) 인적, 조직적 수준에서 언론과 정당의 연계썽
(다) 언론의 수용자와 정당 지지자의 중복
(라) 언론인의 역할 정향이나 실천과 정당의 노선과에 일치성
☞ 한국 언론인의 정계진출이 빈번하며 내용적으로도 정치적 경향성이 문제화
☞ 시민사회의 분열과 강한 후견주의 등과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
▶ 한국의 정치병행성은 정당이나 사회조직과의 연계는 약한 반면, 언론의 내용적 차원에서 정치적 경향성이 두드러지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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