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두 번째 청원이다. 그리고 10일이 남은 시점에서 가까스로 절반을 넘었다.
시민들의 청와대 기자단에 대한 분노는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의 국민과 상시 직접 소통 정책을 놓고 청와대 출입 기자 간사단이 항의를 했다. '왜 우리에게 일언반구 없이 새로운 정보를 덜컥 말하느냐'라는 것이었다. 나아가 출입 기자들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과 면담에서 페이스북 생중계에 앞서 사전에 공지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한 것뿐 아니라 취재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출입기자단 본연의 업무인 대통령 소식조차 제대로 다루지 않는 주제에 밥그릇 빼앗길까 봐 노심초사하는 적반하장 행태에 분노했다. 그렇게 첫 청와대 기자단 해체 청원(
http://www1.president.go.kr/petitions/45520)이 11월 17일 올라갔다. 청원 만료기간인 한 달 째인 12월 17일, 최종 인원 75,468명으로 마감됐다. SNS가 들끓었지만 실제 결집은 그렇지 못했다.
또 다른 청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 일어났다. 기존 청원이 끝나기 3일 전인 12월 14일, 문 대통령이 참석한 한·중 경제 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 기자와 코트라에서 고용한 사설 보안업체 경호원 간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것. 이에 시민들은 기자의 행태에 분노하여(사실, 자국 기자가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자국민이 "맞을 짓 했겠지"라고 먼저 반응하는 것 자체가 한국 언론이 처한 냉담한 현실을 반증) 다시금 청와대 기자단 해체 청원(
http://www1.president.go.kr/petitions/66242)을 실시하기에 이른다.
102,884명이 현재 진행 중인 청원에 집계된 인원. 마감까지 10일이 남은 시점에서 갈 길이 다소 멀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첫 번째에 이어 이번 청원마저 목표치에 미달하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몇 가지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첫째, 기존 언론들이 규정한 '문빠'의 규모를 자의적으로 추정하여 호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시민들과 적대적인 언론환경에서, 그들이 시민들을 프레이밍(framing)하고, 분리시키고, 재단하기 훨씬 용이해진다. 이를 통해 주요매체가 전 국민 중 70%를 넘나드는 지지자를 대상으로 갈라치기 및 개념화가 훨씬 간단해지는 것이다. 최근 언론비평매체인 미디어오늘이 여론조사기관인 에티아이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중국 측 경호원 한국 기자 폭행 사건'과 관련해 '무리한 취재를 하려는 기자들이 잘못한 측면이 있다'라는 응답이 46.2%로 반대(43.8%)보다 높게 집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미디어오늘은 같은 기사에서 "한국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라고 자평,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0479). 다시 말해, 다수의 시민들이 공감하고 문제의식을 가지는 사안을 '소수의 특정 반응'으로 등치 시켜버릴 수 있는 것이다. 오만한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원인이 수면 위에 드러난 일각의 빙산을 무시해서였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예측되는 헤드라인이 여럿 있으나 스트레스만 불러올 뿐이므로 적지 않겠다.
둘째, 민주당 내 숨고르기 중인 정치인들에게 빌미를 제공한다. 당원이라면 기억하기 싫은 15년 말 분당 사태를 통해 민주당은 쪼개졌고 많은 의원들이 탈당했다. 하지만 몇몇은 눈치를 보며 자리를 지켰고 당내에 분열과 반목의 불씨는 상존한 상태이다. 민주당 당원이 150만을 돌파한 시점에서 이른바 '문꿀오소리'의 규모를 유추할 수 있음은 적어도 그들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셋째, '문빠'현상에서 기인하는 언론인들의 적대감과 두려움이 감소한다. 삼국지연의 속 장비가 장판교 위에서 조조의 대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장비의 용맹함도 있었지만, 근처 숲에 말 20마리의 꼬리에 빗자루를 매달아서 먼지가 일어나게 하여 대군이 숨은 것처럼 위장했기 때문이었다. 즉 대략적인 규모가 드러났으니 그들의 '똘끼'는 한껏 충만해질 것이 당연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지금 진행 중인 청원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덧붙이자면 한국을 제외한 세계에서 청와대 기자단과 동급의 단체를 운영하는 나라는 일본, 단 한 군데 밖에 없다. 정치후진국인 나라, 우리의 고매하신 기자들이 머무르는 출입처 문화가 고작 현해탄을 건너온 것이라고 한다면 조금이나마 동기부여가 될까.
PS. 청와대의 청원은 같은 사안일지라도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 등 1인 4계정 모두 가능하다.
http://www1.president.go.kr/petitions/66242
댓글
댓글 쓰기